‘1가구 1주택’만으로는 부족하다!
주택의 소유’가 아닌 ‘주거의 안정’으로!
사회주택의 전면화가 당론으로 채택되길 바라며..
2006. 03. 20 진보누리 / 글쓴이 봄날의곰
0. 들어가며
지방선거를 맞이하며 과거보다 많이 구체화된 민주노동당의 주거정책이 등장하였다. 작년 한국사회의 부동산 논란 속에서 당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였다는 내외의 비판을 딛고, 1가구 다주택 해체, 임대주택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주거정책을 마련한 많은 이들의 노고 덕분이다. 한국민들의 의식속에 깊이 뿌리박힌 ‘내집마련의 이데올로기’를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목소리라는 것이 정책의 행간에서 읽혀지나, 당의 주거정책의 기본 기조가 ‘전 국민의 자가 마련’인지, ‘전 계층(혹은 노동자․서민․도시빈민)의 주거안정’인지 얼른 분간을 하기는 힘들었다. 그리하여 이 글은 당의 주거정책의 목표가 ‘전 국민의 자가 소유’가 아니라, 주택의 사회화를 통한 ‘전 국민의 주거안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택’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이다.)
공공계획으로서의 도시계획 분야에서 국가의 주택정책에 대해 논문을 준비하느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활동을 못하고 있는 알량한 석사과정 논문학기생이 당 정책의 생산과정의 여러 고민들의 맥락과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것이면, 오히려 당을 위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당원들에게 ‘자가소유’가 아니라 ‘사회주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달되어, 한국민들의 ‘내집마련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것에 일조를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1. 왜 주택이 아니라 주거인가?
‘주택’은 건설과 수익의 대상이다. 돈을 벌어서 살아남아야 하는 공급업체가 밑지면서 물건을 만들어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주택은 너무 비싸다.
“부동산뱅크의 2004년 통계청 자료 분석에 따르면 고졸 가구주의 경우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를 사는데 무려 24년이 걸리고, 대졸의 경우 15년 4개월이 걸린다. 저축을 적게 해서 그렇다고? 고졸의 경우 한달에 47만원, 대졸은 90만원씩 저축할 때의 이야기이다. 2001년도의 경우 대졸은 12년 11개월, 고졸은 15년 2개월, 학벌에 따른 차이도 2년 3개월에서 8년 8개월로 늘어났다. 순수 소득만으로는 32평형 마련의 경우 고졸이 31년 3개월, 대졸은 20년 4개월이다. 결국 대출과 저축 이외의 재테크나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32평형을 구입하는데 20년 이상 걸린다.”
그래서 각종 주택금융제도를 통해, 미리 대출을 받아서 살 수 있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라 할 때에는 인권으로서의 ‘주거권’과 맞물리면서,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비영리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된다. 국가가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면서, 토지와 건물을 보유했기 때문에, 그리고 수익성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해진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된다. 해서 ‘주택’이 아닌 ‘주거’다.
2. 왜 자가소유가 아닌가?
분양주택의 공급으로는 가격을 잡을 수 없고, 주거양극화가 심화될 뿐이다. ‘아파트 반값’이라고 해봤자, 30년 걸릴 것이 15년으로 주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동안 집값은 제자리에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 모두는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집을 사기 전에야 집값이 싸면 좋다지만, 15년씩 돈을 모아 집을 사고 나면, 어떤 사람이 재산목록1호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겠는가? 1가구 1주택이던 다주택이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집값이 오르길 바라지, 떨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참 바보 같은 것이다. 자기 노후만 생각해서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데, 자기 자식이 독립할 때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나? 다른 집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자기 집만 비싸질 수는 없는 노릇, 자식이 두 명이라도 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또, 소유한 사람만 집값 오르길 바라나? 그 사람이 집을 살 때 은행 대출이라도 받았다면, 혹은 그 사람이 그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은행도 그 집값이 오르길 바라게 된다. 역모기지나 모기지나,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펄쩍 뛸 이해당사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결국 건설사의 폭리는 막을 수 있어도, 집값 자체는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 분양주택 위주의 정책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다. 아무리 1가구 1주택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거기에 온갖 편법으로 가구를 분할하여 다주택을 보유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생길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를 완전히 막기란 힘들다.
결국, 분양주택위주의 구조는 가격을 상승시키려는 경향에 항상 노출되어있다.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바꿔 말하면 당장 집을 살 수 없는 세입자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이자, 지금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야기이고, 세입자에 대한 집주인의 ‘착취’가 계속된다는 이야기이며, 이를 통해서 주거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조세를 통해서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가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보유세, 양도세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회적 강자는 약자에게 조세를 전가시킨다.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를 강자로 만드는 방법, 1가구 다주택자들을 쫄게 만드는 방법은, 강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 보다는(세금은 세금대로 물리되) 기존의 (민간임대)주택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 충분히 있게 하는 것이다. 1가구 다주택자들이 사회주택과 ‘경쟁’하게 해서 임대료를 낮추게 하는 것이다. 집, 사려고 들면 ‘살’ 수 없다. 안 ‘사’야 ‘산’다! 집, 사지 말고, 국가에 사회주택을 요구해야 한다.
3. 지금의 임대주택 제도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의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은 ‘집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계층’을 목표집단으로 하는 정책이다. 즉, ‘주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패러다임을 자리잡게 하기엔 턱없이 모자르고,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낳기에 주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형편이 되어있다. 언제라도 능력이 되면 내 집을 마련해서 떠나야 할 곳이지, ‘주거안정을 누리면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임대주택을 확충하자는 당의 주장이 그러한 ‘나쁜 집’을 늘리자는 것은 물론 아닌 것이다. 임대아파트 단지위주의 대량 건설의 문제점은 가용토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하며,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하여 전체 목표물량의 많은 부분을 민간사업자에게 기대는 것은 5년짜리 단기 임대 아파트를 양산하여, 결국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민간사업자의 부도로 인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이 문제 역시 살인적이다. 1가구 1주택을 포함한 ‘분양’위주의 정책도 아니고, 현재의 임대주택도 아니라면, 민주노동당의 대안은 무엇인가?
4. 시혜적이고 불안정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사회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1985년 공공임대 3%, 지자체 주택회사 임대 20%, 민간임대 19% 협동임대(조합의 주택임대) 16%에 이르고 2004년에는 중앙정부의 공공임대 1%, 자치단체 임대 22%, 민간임대 17%, 조합임대는 소폭 증가하여 18%에 이른다. 네델란드의 경우 지방정부와 비영리 주택협회 소유의 사회주택의 비중은 전체 물량의 36%에 달한다. 이런 사회주택들은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차원에서도 불리한) 아파트 단지 위주의 한국과는 달리, 도심 여기저기에 섞여 있기에 저소득층의 도심접근성도 높여준다. 또한 주택의 외형만으로는 민간임대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형태의 장점은 현재 한국의 매입임대정책에서 일부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공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다면 수익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간임대사업자의 경우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한국 중앙정부의 재정에서 이 분야의 위상은 심각하게 낮다. 2005년의 경우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분야 전체의 예산이 도로의 1/7이었는데, 그나마 과거의 1/11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많이 나아진 것이다. 물론 집이 여러 채 있고 주말에 차 몰고 골프장에 가셔야 하기에 실시간 교통 상황 예보가 가능한 첨단 고속도로를 더 좋아라하는 고관대작들은 이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임대주택’이 아니라, 당당한 하나의 삶의 방식의 하나로 인정해주는 ‘사회주택’이 필요하다.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도 그렇고, 과도한 전월세 부담으로 일부 불로소득계층만 살판나서 해외 관광과 사치품 소비는 느는데 내수경제는 침체되는 한국경제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서도 그렇다. 국가가 지금보다 돈을 조금만 더 쓰면서 직접 주택을 건설․매입해서 공급하거나 비영리조직의 임대주택사업을 지원해주면 된다.
5. 다주택이던 1주택이던, 분양주택으로 돈을 못 벌어야 사회주택에서 산다.
아무리 임대주택 제도가 좋아도,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 소유를 통해 단기간에 몇 억씩 번다면,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주거 안정이 좋아서 임대주택에서 계속 살겠다”고 할 리가 없다. 물론 사회주택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분양주택시장에서 주택가격이 투기꾼들이 좋아할 만큼 오를 리가 없다. 토지임대-건축물 분양(한나라당 홍준표의원도 주장하는 내용이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싼 가격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옆 단지(토지지분의 개별 보유)가 재개발 할 때 떼돈을 벌어간다면, 누가 그 건물을 사려하겠는가? 재개발을 노린 시세차익이던, 분양권 전매를 통해서 생기는 차익이던 분양주택으로 떼돈을 버는 일이 없어야 사회주택정책이 성공하는 것이며, 동시에 사회주택이 성공하면 투기는 저절로 사라진다. 동전의 양면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유세와 양도세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인데, 1가구 1주택 정책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여기 있다.
1가구 1주택자는 실수요자라고 보호하는 것은 있을 수 있고, 1가구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접근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소유냐 아니냐’라는 점에서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동일하다. 약삭빠른 이들이 세대분할을 통해서 실제로는 1가구 다주택이지만 1가구 1주택으로 위장하는 것을 100% 잡아내기도 힘들다. 물론 근로소득과 임대소득 등이 투명하게 파악된다면 주민등록상에서는 흩어져 있어도 실제로는 한 집에 모여 살면서 나머지 집에서 임대소득을 올리는 경우를 적발해 낼 수 있을 것이지만, 이 경우 아예 정말로 흩어져서 살면서 실제로 1가구 1주택이 되어버리는 ‘주택과소비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가 소수일 수는 있으며, ‘1가구 1주택 보호’ 주장의 진의와 배경을 이해 못함은 아니나, 전체 정책 어디선가 ‘전국민의 자가 소유’와 ‘사회주택의 확보’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차라리, 상위 30%는 다소 세금을 물면서 살더라도, 하위 70%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물론, 상위10%를 위해서 집값을 안정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10억이 넘는 집에서 과시하면서 살고 싶은 이들은 그들의 신분을 ‘세금으로’ 과시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강남의 집값을 잡을 필요가 무엇이 있나. 강남과 같은 ‘좋은 환경’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강남에 집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5. ‘주택 환매수, 매수 청구권제도’도 가능하며 좀더 과격할 수 있다면, ‘주택수용제도’도 못하란 법 있는가.
사회주택의 성공을 위해 분양주택시장에 몇 가지 장치를 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처럼, 공공이 공급한 주택을 분양받았으면 되팔 때에도 공공에 팔게 하여 시세차익을 차단 할 수 있다. 양도세, 보유세가 벅차서 집을 못 가지고 있겠다면 공공에게 사달라고 청구하게끔 하고 공공이 사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주택을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예를 들어 1가구 10주택 이상이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세금을 제대로 비싸게 내게 하(면서 세입자에게 그것을 전가시키지 못하게 하)거나, 사업자로 등록을 안 할 경우, 까짓거 많이 봐줘서 3채만 남기고 공공이 주택을 수용해버리자. 공공의 복리를 위해 택지는 수용해서 건설사만 배를 불리는데, 주거권 신장을 위해서 주택은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6. 마치며
글을 쓴 나도, 주택이 하나 생기면 보유세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1가구 1주택은 봐줘야지’할 런지 모르겠다. 주택이 하나 밖에 없는데 이거 팔고 생긴 돈에 양도세를 세게 물리면, 다른 주택은 무슨 수로 사냐고 항의하게 될 런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주택물량의 절반은 1가구 1주택, 나머지 절반은 사회주택이 되면 해결이 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좋은 정책도, 집행과정에서 기득권의 반발, 혹은 도피를 막기 위해서는 면밀하고 지속적인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며, 교조적 주장이나 목표에 대한 장밋빛 이상만으로 부작용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당의 공약과 강령의 정신이 ‘주택’분야에서 발현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주거’의 문제로 고통 받거나, 주택이 재테크의 수단이 되고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 하기 위해서는, ‘자가 소유’가 아닌 ‘사회주택’의 관점이 고민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글을 마치는데, 설익은 생각으로 그물은 안 짜면서 연못가에 자꾸 들락거리는 것이 아닌지(臨河而羨魚 不如歸家織網) 민망함은 어쩔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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